이 파르샤의 이름인 "Ki Teitzei(키 테이체이)"는 "너희가 나갈 때"라는 뜻이며, 신명기 21장 10절에 나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말 많은 미츠보트(계명)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키 테이체이에는 무려 74개의 계명이 더 등장합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반드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계명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계명은 죽은 사람의 몸을 존중하고 가능한 한 빨리 장례를 치르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끝까지 존중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새 둥지에서 알이나 새끼를 가져가기 전에 먼저 어미 새를 날려 보내야 합니다. 어미가 자신의 새끼를 잃는 모습을 보며 슬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향한 긍휼과 자비를 배우게 하십니다.
새 집을 지을 때에는 지붕 가장자리에 난간을 설치해야 합니다. 누군가 떨어져 다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다른 사람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안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우리는 킬아임(kilayim, 서로 다른 종류를 섞는 것)을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종류의 식물을 너무 가까이 심어 섞이게 해서는 안 되고, 소와 나귀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동물을 함께 멍에 메워 일하게 해서도 안 됩니다. 이와 비슷한 계명으로 샤아트네즈(shaatnez)가 있습니다. 이는 양털과 아마(린넨)를 섞어 만든 옷을 입지 말라는 계명입니다.
네 귀가 있는 옷을 입을 때에는 그 네 모퉁이에 치치트(술)를 달아야 합니다. 이 계명을 항상 실천하기 위해 유대인들은 네 귀가 있는 특별한 옷을 입는데, 그 옷 자체도 치치트라고 부릅니다.
밭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수확하는 일꾼에게는 일하는 동안 그 밭의 열매를 먹을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집으로 가져갈 수는 없지만, 일하면서 먹는 것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 대해 악한 말을 하면 차라아트(tzaraat)라는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타즈리아(Tazria)와 메초라(Metzorah) 파르샤에서 이를 배웠습니다. 여기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그 사건을 다시 기억하도록 권면받으며, 모세를 비방했던 미리암이 차라아트에 걸린 사건이 본보기로 제시됩니다.
이번 파르샤의 마지막 계명은 아말렉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아말렉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온 직후 뒤에서 약한 자들을 공격했던 악한 민족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악행을 기억하고, 아말렉의 이름을 세상에서 지워 버리도록 명령하십니다.
이 부분은 전쟁에서 사로잡은 여인에 관한 규례로 시작합니다. 이스라엘 군인이 포로가 된 여인과 결혼할 경우 반드시 따라야 할 절차와 조건을 규정합니다. 이어서 장자의 상속권에 대해 설명합니다. 아버지가 특정 아들을 더 사랑한다고 해서 장자의 권리를 빼앗을 수 없으며, 장자는 유산의 두 배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패역하고 완고한 아들을 다루는 절차를 설명하며 첫 번째 알리야를 마칩니다.
고대 사회에서 전쟁 포로나 가족 구성원은 힘 있는 사람의 소유물처럼 취급되기 쉬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가장 약한 사람의 권리까지도 보호하셨습니다. 장자권 조항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공정한 분배를 왜곡하지 못하게 막는 법입니다. 가정 안의 편애가 얼마나 쉽게 불의로 이어지는지를 토라는 정면으로 다룹니다.
✦ 나를 향한 질문나는 관계 안에서 '더 좋아하는 사람'과 '덜 좋아하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다르게 대우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이 본문은 전쟁과 정복의 시대에도 '패자'의 인격을 완전히 지우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모습은 어떨까요?
이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계명들이 나옵니다. 죽은 사람을 가능한 한 빨리 장사할 것, 잃어버린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줄 것, 짐을 지고 쓰러진 이웃의 짐승을 도와줄 것, 남녀의 복장을 뒤바꿔 입지 말 것, 새 둥지에서 알이나 새끼를 가져가기 전에 반드시 어미 새를 먼저 날려 보낼 것.
"나무에 달린 자는 하나님께 저주를 받았다"(21:23)는 신약에서 훨씬 더 깊은 맥락에서 사용합니다. 바울은 갈라디아서 3:13에서 이 구절을 직접 인용하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짊어지신 것이 바로 이 '저주받은 자'의 자리였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예수님은 산헤드린 앞에서 신성모독죄로 고발되었으나(마 26:65, 막 14:64, 요 10:33), 신성모독죄는 본래 돌로 치는 형벌이었음에도 로마 치하에서 유대 법정이 사형을 직접 집행할 권한이 없었기에 정치적 죄목(반역)으로 바뀌어 빌라도에게 넘겨졌습니다. 사회가 가장 수치스럽다고 낙인찍는 자리까지 내려오신 이 사건은 21:22-23의 본문이 신약 안에서 얻은 신학적 무게를 보여줍니다.
"못 본 척하지 말라(וְהִתְעַלַּמְתָּ)"는 표현은 문자적으로 '눈을 감다, 스스로를 숨기다'는 뜻입니다. 방관은 적극적 선택임을 토라는 정확히 짚어냅니다.
✦ 나를 향한 질문나는 이웃이나 누군가의 고통을 보고도 '내 일이 아니다'라며 눈을 감은 적이 있지 않습니까?
이 부분에서는 다음과 같은 계명들이 소개됩니다. 평평한 지붕에는 안전을 위한 난간을 설치할 것, 서로 다른 종류의 씨앗을 함께 뿌리지 말 것, 서로 다른 종류의 짐승을 함께 멍에 메워 밭을 갈지 말 것, 양털과 아마를 섞어 만든 옷(샤아트네즈)을 입지 말 것, 치치트(술)를 달 것, 아내를 거짓으로 비방한 남편에 대한 처벌, 간음에 대한 형벌, 강간에 대한 형벌, 금지된 혼인 관계.
이 모든 계명은 "하나님께 속한 백성답게 살아가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거룩은 세상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질서를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 나를 향한 질문내 삶에서 하나님께 속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드러나는 영역은 어디입니까?
이 부분의 주요 계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군대 진영을 거룩하고 위생적으로 유지할 것, 유출(몽설)로 인한 부정에 관한 규례, 매춘 금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행위 금지, 하나님께 서원한 것은 반드시 지킬 것.
도망 노예를 원주인에게 돌려주지 말라는 23:16-17은 고대 근동 전체를 통틀어 매우 이례적인 조항입니다. 함무라비 법전을 비롯한 당대 대부분의 법전은 도망 노예를 숨겨주는 것 자체를 사형에 처했습니다. 토라는 정반대로,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을 보호하는 편에 섭니다.
신앙은 예배당에서만 거룩한 것이 아니라 경제생활과 약속을 지키는 태도에서도 드러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입술뿐 아니라 우리의 거래와 약속까지도 보십니다.
✦ 나를 향한 질문나는 하나님께 한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까? 내 경제생활은 정직과 배려 위에 세워져 있습니까?
이 부분에서는 밭에서 일하는 품꾼의 권리를 설명합니다. 일꾼은 수확하는 동안 그 열매를 먹을 수 있지만 집으로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이어 결혼과 이혼 증서(이혼장)에 관한 규례가 간략히 소개됩니다. 특히, 한 여인이 이혼한 뒤 다른 남자와 결혼하였다가 다시 이혼하거나 과부가 된 경우에는, 첫 번째 남편과 다시 결혼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일꾼(혹은 지나가는 나그네)이 밭에서 먹을 수 있게 한 규정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존엄과 생계를 보장하는 장치입니다. 대신 '그릇에 담아가지 말라'는 제한은 이것이 소유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와 소유의 균형을 잡는 지혜임을 보여줍니다.
✦ 나를 향한 질문나는 내 물질적 소유와 권리를 철저히 지키느라, 당장 기본적인 필요나 일상의 생계 유지에 허덕이는 지체들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 부분에서도 여러 계명이 이어집니다. 새로 결혼한 남자는 1년 동안 군 복무가 면제됩니다.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맷돌과 같은 생활 필수품을 담보로 잡아서는 안 됩니다.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로 담보로 빼앗아서는 안 됩니다. 가난한 사람의 담보물은 해 질 무렵마다 돌려주어야 합니다. 사람을 납치하는 것은 사형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모세를 비방하였다가 차라아트(성경의 나병)에 걸린 미리암의 사건을 항상 기억하라고 명령합니다.
법은 사람을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미리암을 기억하라는 명령은 모세를 비방한 미리암이 나병에 걸렸던 사건(민수기 12장)을 상기시키며, 험담(라숀 하라)의 위험성을 매주 실천적으로 되새기게 하는 장치입니다.
✦ 나를 향한 질문나는 법과 원칙을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까? 우리 사회의 제도는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을까요?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음과 같은 계명들이 나옵니다. 품꾼의 삯을 미루거나 떼어서는 안 됩니다. 친족은 법정에서 서로의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여러 가지 구제 규례를 지킬 것, 태형(매질)에 관한 절차, 계대결혼(이붐, Levirate Marriage)의 규례, 형제가 자녀 없이 죽으면 살아 있는 형제가 그 과부와 결혼하여 형의 가문을 이어야 합니다. 만일 형제가 이를 거부하면, 과부와 함께 할리차(Chalitzah) 의식을 거행하게 되며, 그 이후 과부는 원하는 사람과 자유롭게 결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확한 저울과 도량형을 사용할 것을 명령합니다. 마지막으로, 출애굽 후 광야에서 뒤처진 이스라엘 백성을 기습했던 아말렉의 악행을 기억하고 그의 이름을 지워 버리라는 명령으로 이번 파르샤가 마무리됩니다.
이번 키 테체는 74개의 계명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 중심에는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가 흐릅니다. 하나님께서는 거룩한 백성이 예배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정의와 자비를 실천하기 원하십니다. 약자를 보호하고, 생명을 존중하며, 관계와 경제, 말과 행동에서 공의를 실천하는 삶이 곧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입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읽을 때 많은 개별 규례들이 하나의 복음적 메시지로 연결됩니다.
하나님께서 아말렉을 기억하라고 하신 이유는 단순히 원수를 미워하라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짓밟는 악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 나를 향한 질문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나 우리 사회에는 오늘날의 '아말렉'처럼 약자를 착취하는 구조가 존재하지 않을까요?
매일 말씀을 읽고 묵상 중 떠오르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것을 기록해 보세요.
* 히브리어 단어 '알리야'는 '높이 솟음' 또는 '올라감'이라는 의미입니다. 유대교 회당에서 토라를 낭독할 때, 신자들이 율법 낭독에 참여하는 것을 'Aliyah'라고 합니다. 즉, '토라 낭독대에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영적인 상승을 상징합니다. 매일 읽을 분량을 'Aliyah'라고 하는 것은 말씀 앞에 설 때마다 한 단계 더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간다는 것을 상징합니다.